남정미 “왜 이렇게 잘난 척하고 어려운 글 쓰세요?”
출판평론가 김성신과 『북톡카톡』 펴내
15년차 노회한 출판평론가와 30대 개그우먼의 만남
매주 화요일, 개그맨 남정미는 신촌에 있는 ‘문학다방 봄봄’에서 책을 읽는다. 인터넷에서 눈팅만 하다가 얼마 전부터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읽었고 이번주에는 백가흠의 『나프탈렌』, 『조대리의 트렁크』를 읽는 중이다.
북카페에서 만난 개그맨 남정미의 가방 속에는 소설가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가 들어 있었다. “어려운 책 읽으시네요?”라고 물으니, 그녀는 “한글로 되어 있는 책인데 원서를 읽는 느낌”이라며 화통하게 웃었다. 2003년 SBS <웃찾사> ‘비둘기 합창단’으로 데뷔, MBC <개그야> ‘명품남녀’로 큰 인기를 얻은 남정미는 요즘 ‘웃기는 서평가’로 통한다. 남정미는 방송을 시작하면서 세 가지 꿈을 품었다. 첫째는 코미디언으로 상을 받아 보는 것, 둘째는 이름을 건 라디오 진행자가 되어보는 것, 셋째는 책을 쓰는 일이었다. 일찌감치 두 가지 꿈은 실현했고, 올해 4월 출판평론가 김성신과 함께 쓴 『북톡카톡』으로 마지막 꿈을 이뤘다.
『북톡카톡』은 김성신과 남정미가 실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수다 서평’을 모은 책이다. 기존 서평의 틀에 벗어나 가벼운 대화체로 책 이야기를 나눈다. 책에 대한 엄숙주의를 탈피한 두 사람은 시트콤처럼 재밌는 대화를 통해 책을 소개한다. 15년차 노회한 출판평론가와 30대 개그맨의 만남.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시시콜콜 그들의 수다가 담긴 『북톡카톡』을 읽고 있으면, 책에 소개된 146권의 책들을 모조리 읽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두 사람의 대화가 코미디처럼 재밌기도 하거니와 각 분야의 양서만 골라냈기 때문이다. 봄, 놂, 앎, 변함, 깨달음 등 5가지 챕터로 책을 소개하면서, 챕터마다 ‘뭔가로 만들어주는 책 10 1’을 실었다. 남정미는 “『북톡카톡』은 책 146권에 대한 지도라고 생각하면 쉽다.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기쁨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며, “100% 실제 입말 서평을 담았다. 비속어, 저렴한 외국어 등이 난무하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재밌다. 웃긴 책, 하지만 뭔가가 남는 책을 읽고 싶으면 『북톡카톡』을 지하철노선표처럼 가지고 다니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북톡카톡』은 지하철노선표 같은 책
얼마 전에 『북톡카톡』 북 콘서트를 했다고 들었다. 트롯가수도 초대했다던데?
(웃음) 맞다. 특이하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이런 북 콘서트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하더라. 우리 아버지가 안동에서 미나리를 키우고 있는데, 오신 분들에게 모두 미나리를 대접했다. 무대에 나와서 인사를 한 마디 하셨는데, 내 자랑은 안 하고 미나리 자랑만 하셨다. “미나리 열심히 키웠다”고(웃음). 내가 방송에 나왔을 때도 좋아하셨지만 책을 내니까 더 좋아하시더라.
그동안 ‘웃기는 서평가’는 없었다. 출판계에서 남정미의 등장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북톡카톡』을 내고 칭찬을 많이 받긴 했다.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줬으니까. 재밌고 가벼운 대화체로 책 이야기를 풀었지만, 소개된 책들이 결코 편안한 책들만 있는 건 아니다. 나도 책을 잘 안 읽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쉬운 서평이 가능했던 것 같다.
카카오톡으로 서평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책은 김성신 평론가와 함께 선정을 한 건지.
김성신 선생님이 괜찮은 책들을 5권 정도 추천해주시면, 내가 그 책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한테 “이거 이해하기 되게 어려운데 왜 그래요?”라고 물으면, 저자가 어떤 의미로 이런 글을 쓰게 됐는지 정통서평가 입장에서 조근조근 설명해주셨다. 『북톡카톡』 첫 챕터 ‘봄’에 소개한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국 맞춤법』을 읽고 나서는 별다방에 갔을 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들의 수다가 마치 듣기평가처럼 들리더라. 이런 에피소드를 선생님한테 이야기하면, 그들이 왜 그런 단어를 사용하게 됐는지를 설명해주는 그런 방식이었다.
제목은 가벼운 느낌인데, 소개된 책들은 가볍지만은 않다. 고전도 들어가 있고.
신간을 주로 소개했지만, 평소 같았으면 읽어보지도 못했을 『논어』도 들어가 있다. 선생님이랑 책 수다를 떨다 보면 어려운 책도 금방 소화가 되더라.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은 바로 잡게 되고. 『북톡카톡』을 하나의 지하철노선표, 그러니까 책노선표라고 생각하면 쉽다. 3호선을 타고 이 역을 가봤으니 저 역도 가봐야지, 그런 느낌의 책이다.
실제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눈 건가?
물론이다. 칼럼이 신문에 실리기 전 날, 밤 9시에 각자 집에서 카카오톡을 했고 김성신 선생님이 우리 대화를 정리했다. 원고를 신문사에 보내면 담당기자님이 지면에 맞게 분량을 조절해줬다. 처음에는 주간지 <M25>에서 연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스포츠경향>에서 연재하고 있다. 처음에는 휴대폰으로 대화를 하느라 3,4시간 정도 걸렸는데 요즘은 카카오톡 PC 버전이 나와서 한 시간 반 정도로 끝난다(웃음).
서평을 하려면 굉장히 정의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코미디 서평’의 문을 연 계기가 궁금하다. 책은 원래 좋아하는 편이었던 것 같은데.
좋아하긴 했지만 많이 읽지는 못했다. 나는 망가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개그맨이었던 것 같다. 개그맨이 어떤 코너로 인기를 끌었으면 더 큰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예쁜 몸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는데, 나는 ‘뼈그맨’은 아니었다. 개그맨 생활이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2003년에 데뷔를 하고 2008년부터 이런 생각을 갖게 됐고, 조금씩 방송에 노출이 안 되다 보니 사람들에게 잊혔고. ‘나 개그맨 안 하면 뭐하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한국경제TV <줌마렐라의 도전>에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김성신 선생님을 만났다. 그 때 선생님이 ‘북앤트립’이란 코너에서 여자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소개해줬는데,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을 읽어보라고 주셨다. 책을 읽고 “셰릴 샌드버그도 그렇고 마크 주커버그도 그렇고 벌레들이 참 일을 잘하네요”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피드백이 온 게 처음”이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말을 접으셨다. 또 며칠 후 책을 몇 권 더 주셔서 읽은 소감을 이야기했더니 “정미 씨, 짧은 시간에 그 책들을 다 읽으셨군요”라고 하셨다. “할 일이 없어서 읽었어요”라고 대답했더니, “서평을 코미디 쪽으로 해보면 어때요?”라고 제안을 주셨다.
『북톡카톡』의 공저자 김성신 평론가가 개그맨 남정미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준 셈인가?
(웃음) 그렇다. 그 때부터 김성신 선생님을 따라다녔다. 선생님이 출판계 분들을 많이 소개해주셨는데, 맨 처음 우리나라 1세대 출판평론가이신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님께 나를 데리고 가셨다. 서평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모두들 굉장히 환영해 주셨다. 본인들이 읽는 책들을 소개해주시면서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를 알려주셨다. 개그맨들은 밥그릇 싸움이 심하지 않나?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꽁꽁 싸매서 PD들한테 짜잔 하고 보여줘야 하는 직업인데, 출판계는 그런 게 없더라. 이것도 알려주시고 저것도 알려주시고. 뭔가 내가 할 수만 있다면 여기에 팔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출처 ; http://ch.yes24.com/Article/View/27900